'종교 탄압' 프레임의 이면: 세계로교회 압수수색 사안으로 본 교단의 자기 보호 논리
최근 부산경찰청이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를 상대로 실시한 압수수색을 두고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예장 고신)가 즉각적으로 '헌법상의 종교 자유 침해이자 전례 없는 종교 탄압'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러한 교단 측의 주장은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종교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교단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로교회 압수수색 사안을 통해 드러난 종교 단체의 공적 사안에 대한 태도와 종교 언론의 역할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사건의 배경: 선거법 위반 의혹과 사법 절차
이번 압수수색은 세계로교회 자체의 신앙 행위나 교리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아니었다. 사건의 발단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였다. 구체적으로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교회 예배 시간에 부산시교육감 후보와 담임목사 간에 이루어진 대담이 문제였다. 이 대담 내용이 교회 유튜브 채널에 게시되면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되었고, 이에 따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며 압수수색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교육·종교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구성원들에게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세계로교회의 해당 대담은 종교 시설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목회자의 지위를 이용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을 살 만한 소지가 있었다. 따라서 경찰의 압수수색은 이러한 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적법한 사법 절차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예장 고신의 반발: '종교 탄압' 프레임의 허점
그러나 예장 고신 총회는 이러한 법적 맥락을 무시한 채, 경찰의 압수수색을 즉각적으로 '종교 탄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교단 측은 이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억지 해석한 것"이라거나, "헌법 제20조 정교분리의 원칙과 제21조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일부 종교 언론 역시 교단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며 이러한 주장을 확산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여러 면에서 허점을 드러낸다. 첫째, 정교분리의 원칙은 국가 권력이 교회의 신앙 행위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지, 교회가 법을 어겨도 면책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세계로교회 사건의 본질은 종교 활동 그 자체에 대한 탄압이 아니라, 종교 시설에서의 '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한 수사였다. 이를 두고 헌법을 운운하며 국가를 비난한 것은 종교의 울타리 안에 법적 치외법권 지대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둘째, 교단 측은 이번 압수수색을 "일제 강점기나 북한 공산정권, 군사정권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종교탄압"이라고까지 표현하며 과도하게 비약했다. 단 한 차례의 적법한 수사 절차를 과거 전체주의 정권의 체계적이고 폭력적인 종교 박해와 동일시하는 것은 사건의 성격을 왜곡하고 감정을 자극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셋째, 교단은 국가의 '정교분리' 위반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교회라는 종교 단체를 이용해 세속 정치인과 대담하고 이를 유포한 행위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정교분리'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점은 외면했다. 이는 국가가 교회 일에 간섭하는 것은 안 되지만, 교회가 세속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괜찮다는 모순된 이중잣대를 보여준다.
'교단 중심 사고'의 위험성: 비판 봉쇄와 책임 회피
예장 고신 총회의 이번 대응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교단 중심적 사고'의 위험성이다. 교단은 압수수색과 수사를 오로지 '교회에 대한 탄압'으로만 규정하며, 정당한 사회적 비판이나 법의 적용을 일절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종교 내부의 자기 보호 논리에 갇혀, 교회나 목회자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외부의 지적이나 제재를 '신앙에 대한 공격'으로 치부해 버릴 위험이 있다.
이번 사안에서 교단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구체적 피해(공정한 선거 질서 훼손)를 초래했을 가능성을 외면한 채, 자신들을 일방적인 '피해자'의 위치에만 놓았다. 이는 사건으로 인해 영향을 받았을 유권자와 사회 전체의 시각을 철저히 배제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비판 불허의 풍토는 종교 내부의 부정이나 범죄에 대한 견제 장치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교회 지도자나 기관이 항상 옳고 결코 잘못을 범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리면,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 제기는 물론 외부의 정당한 감시마저 '신성 모독'으로 치부될 여지가 생긴다. 이는 과거 일부 종교기관들이 성비위나 재정 비리 사건 발생 시 책임자 처벌이나 피해자 구제보다 '교회 명예 실추'를 걱정하며 문제 제기를 봉쇄했던 잘못된 선례를 답습하는 모습이다.
종교 언론의 책임과 교단의 성찰 촉구
이번 세계로교회 압수수색 사안은 종교 언론이 특정 교단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며 중립성을 잃어버렸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잘못된 사실을 기반으로 많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와 같은 유명 교단은 공적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기 보호에만 급급하여 외부를 공격하기보다는, 사실 관계를 직시하고 성찰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즉각적으로 국가를 비난하고 결사항전의 자세를 취하기에 앞서, 왜 이러한 수사가 이루어졌는지 근본 원인을 성찰했어야 한다. 교회 내에서 법적·윤리적으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는지 돌아보고, 잘못이 있었다면 책임을 인정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적어도 종교라는 형태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단체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도리이다.
종교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회가 스스로 지켜야 할 덕목이며, 세속법의 테두리 안에서 존중되는 자유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적 사안에 대해 종교적 중립성을 저버리고 자기 보호에만 급급한 태도는 결국 사회적 신뢰를 잃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한국 사회의 건강한 종교-국가 관계를 위해서라도, 교단 및 언론은 잘못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수사에 협조하는 등 진정한 종교다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