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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함 대신 흥정 소리만 남은 건가: '하느님의 디즈니랜드'로 가는 길목에서

꼬꼬미팍 2025. 6. 2. 17:35

신성함 대신 흥정 소리만 남은 건가: '하느님의 디즈니랜드'로 가는 길목에서

 

가톨릭 교회는 인류의 정신적 지주로서 오랜 역사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 거대한 조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신앙심 가득한 경외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세속의 상업 논리가 깊숙이 파고들며 마치 테마파크처럼 변질되고 있다는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몇몇 해프닝이 아니라, 교회의 운영 방식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교회의 본산인 바티칸이 거대한 경제 운영체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합니다. 자체 산업 기반이 미미한 만큼, 관광과 자산 운용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항변할지 모릅니다. 바티칸 박물관이 매년 수백만 명의 발길을 끌어모으며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리고, 그 수익이 교황청 재정의 핵심이 된다는 점은 이를 방증합니다. 코로나19 시기에 관광객 감소로 재정 비상이 걸렸던 사례는, 교회의 수입이 신앙심이 아니라 세속적인 관광 산업에 얼마나 깊이 의존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박물관 입장료, 투어 프로그램, 기념주화와 우표, 각종 기념품 판매 등 바티칸 시국 정부가 관광산업을 통해 확보하는 수입원은 다양합니다. 특히 바티칸에서 발행하는 주화와 우표가 희소성 덕분에 수집가들 사이에서 고가에 거래되며 큰 수익을 안겨준다는 사실은 흥미롭기까지 합니다. 신앙의 영역에서 발행된 상징물마저 재테크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씁쓸함을 자아냅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 규모나 지출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신자들의 헌금에 더해 막대한 자산까지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만한 운영과 관리 부실로 재정난을 겪으며 또다시 상업 활동을 강화하는 모습은 '과연 그 많은 돈이 어디로 가는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게 만듭니다. 교회가 막대한 자산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신자들에게만 의존한다는 비판은 그래서 더욱 뼈아픕니다.

 

바티칸에서 기념품 마구간 https://kr.123rf.com/photo_81904592_%EB%B0%94%ED%8B%B0%EC%B9%B8%EC%97%90%EC%84%9C-%EA%B8%B0%EB%85%90%ED%92%88-%EB%A7%88%EA%B5%AC%EA%B0%84-%EB%A1%9C%EB%A7%88.html

종교 상품의 '브랜드화'는 상업화 논란의 정점입니다. 묵주, 메달, 성상 같은 성물은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교황의 축복을 받은 정품'이라는 타이틀 아래 고가에 판매됩니다. 교황의 이미지는 강력한 종교 브랜드가 되어 수익 창출의 도구로 활용되고, 교회는 상표권 보호를 위해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며 마치 일반 기업처럼 브랜드를 관리합니다. 이는 신앙의 대상이던 성스러운 상징들이 시장의 상품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신전에서 상인들이 장사한다'는 비판이나 '성수조차 팔리는 신앙의 경박한 상품화'라는 분노는 이러한 현실에서 비롯된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릅니다. '신자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판매한다'는 교회의 해명은 시장 논리에 기대는 변명처럼 들릴 뿐, 신앙의 본질에 대한 성찰은 부재해 보입니다.

대규모 종교 행사와 성지순례 역시 상업화의 물결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세계청년대회 같은 행사에 천문학적인 공공 예산이 투입되고 참가자 등록비로 예산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는 구조는, 신앙 행사를 넘어 거대한 상업 이벤트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을 야기합니다. 개최 도시는 순례객 유치를 통한 경제 효과를 기대하며 경쟁적으로 행사를 유치하고, 기업 협찬과 정부 후원이 얽히며 행사 본연의 의미는 퇴색되는 듯합니다. 성지순례는 여행 상품화되어 성스러운 장소가 호텔과 기념품점으로 가득한 상업 지구가 되었고, 급기야 '하느님의 디즈니랜드'라는 조롱까지 듣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병입 성수 판매나 교황 행사 입장권의 암거래까지 등장하는 현실은, 신앙과 금전적 가치가 뒤섞이며 벌어지는 세태의 극단적인 모습입니다. '성사가 돈과 결부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황의 외침조차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물론 거대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재정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현실론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신성한 신앙의 영역이 지나치게 상품화되어 돈벌이 수단처럼 비춰지는 모습은 신자와 비신자 모두에게 불편함과 실망감을 안겨줍니다. 교회가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과 목적이 과연 투명하며 공익과 사랑 실천에 기여하고 있는지, 그리고 세속적인 상업 활동이 신앙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반성이 필요합니다.

 

신성함과 상업주의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하는 한, '하느님의 디즈니랜드'라는 비아냥은 교회를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과연 교회는 신앙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며 세속의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영원히 '돈 냄새 나는 디즈니랜드'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게 될까요?